내가 중국 요녕성의 성도인 심양을 방문한 것은 딱 5년 만이었다.
골프존에 입사하기 전, 자동차 관련 사업을 한답시고 이런저런 제조 무역 거래처를 뚫고 다니던 시절.
필자는 인천항에서 무려 24시간이나 걸리는 페리호를 타고 보따리상 분들과 함께
꼬지지한 침대칸 한곳에 찌그러져 중국 대련까지 갔던 적이 있었다.
그때도 물론 양국간 비행기가 날아다녔고, 편하게 갈 수 있었지만... 인천항에서 거대한 배에 몸을 실은 것은
단지 [교통비가 싸다] 는 이유 하나였다. (그래... 나 그때 디기 가난했었어... -_-;;;)
그리 멀지 않은 그때를 떠올려 보면 추억할 만한 게 참 많다.
처음 방문한 중국이라는 땅.
대련항에 도착하자 말로만 듣던 '공안' 들이 항구에서 도끼눈을 뜨고 초췌한 승객들 하나하나를 예의주시했고
(심양을 가기 위해서는 대련항에 모두 내려서 버스를 타고 2시간 넘게 또 이동해야 했었다.)
잠깐만 방심하거나 돈냄새가 나거나 밤거리를 혼자서 무작정 헤메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납치돼 가서 한적한 건물 옥상 꼭대기에서 돈 다 뺏기고 얻어맞고
숨이 끊어지면 증거 인멸을 위해 껍데기까지 완벽하게 벗겨 놓고 도망가니 알아서들 조심하라... 는 가이드의 말은
당시의 필자에게는 주의 당부 수준을 넘어 일종의 협박에 가까운 무서운 말이었다. -_-
하필이면 태어나서 난생 처음 밟아 보는 중국 땅에서 교통 사고 현장을 생생하게 목격하고는
중국인들의 특성에 화들짝 놀라기도 하였다
(차량 두 대가 사거리에서 정면충돌하여 경승합차가 완전히 다 찌그러졌는데
근처에 몰려든 구경꾼 수십명은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운전사에게는 관심도 없고, 그냥 물러서서 구경만 하고들 있었다. -_-;;;)
그날 밤 지칠대로 지쳐 도착한 심양이라는 곳은
북한 관련 TV프로그램으로 보던 북한 시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에
도로 한쪽에는 자전거들이 미친듯이 달리고
조금만 큰 길 뒤 외곽으로 가면, 보기만 해도 후덜덜할 만큼 무서운 슬램가가 하염없이 펼쳐져 있었다.
호텔에서의 정신없는 하루가 지나고 그 다음날 찾아간 오아이쓰창에서는
(오아이(五爱) 시장 : 중국의 동대문 시장, 짝퉁 물건 없는 게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우선 그 규모에 한번 놀라고 (동대문 시장 규모의 10배 정도 ?)
사람들 사이사이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홀라당 옷을 벗었다가 새옷을 입어 보는 중국 아가씨 아줌마에 또 한번 놀라고
급해서 뛰어간 화장실이라는 곳에서의 민망함에 또 한번 놀랐었다.
과연 소문대로 짝퉁이라는 짝퉁은 없는 게 없었고 심지어는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자동차마저 모조리 짝퉁이었다.
(당시 아주 유명하던 대우 마티즈의 짝퉁인 체리사의 QQ가 온 길거리를 장악하고 돌아다니던...)
심양이라는 동네 특성상 한국인인지 조선족인지 구분이 안 가는, 한국말이 유창한 사람들이 길에 많이 돌아다녔고
쓰화빈관이 있던 시타(서탑가)라는 곳에서는 유명한 북한이 운영하는 식당 앞에서 하얀 러닝복을 곱게 차려입고
단체로 체조를 하는 미모의 북한 언니들도 매일 빠짐없이 보였다.
이런저런 추억거리를 다시 떠올려 보니...
그때 당시 필자의 머릿속에 있던 중국 심양이라는 곳은
하루하루 밤거리도 무섭고, 짝퉁 투성이에, 교통질서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도저히 열흘 이상 머물 수 없는
말 그대로 [싸니까] [일단 뭔가 많으니까] 와 보는 것 이외에는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곳'이라는 느낌 하나뿐이었다.
그런 기억도 서서히 다 잊혀진 2010 년 여름, 갑자기 회사에서 단체로 심양을 간단다
심양이라는 말을 들어본 게 얼마만인가 싶어 한편으로는 반갑다가도 그 옛날 이런 기억이 있는 그 동네를 다시 간다니살짝 걱정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5년 전과 방문 목적이 좀 틀렸다. ^^
그때는 먹고 살기 위해 방문했었는데 이번에는 골프를 위해서 방문할 거란다.
심양에서 골프를 친다 ??? 옛날 그 때의 그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있는 필자에게는 무척이나 낯선 느낌이었다.
출발 당일. 비행기에 올라탔다.
중국 사람으로 보이는 승객이 반 이상을 차지하는 듯 가뜩이나 숨막혀 보이는 비행기 속 시끄러움은 여전했지만
도착한 중국 센양 공항은 나름 훌륭하고 깔끔했다.
공항을 나와 대형 버스에 몸을 실으니 이내 차량은 심양을 빠져 나와 쭉 뻗은 고속도로를 유유히 달린다.
미친듯이 뻗어 있는 옥수수 밭, 초콜렛 복근은 뭥미?냐며 웃통을 열어젖히고 삽 하나로 도로 공사를 하고 있는 인부들,
이따금 보이는 삼륜차의 털털거림은 5년전 그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먼발치로 보이는 건물들 하나하나가 좀 다르게 느껴졌다.
5년 전만 해도 큰 빌딩들이 하나 둘 지어지고 있어 도시 전체가 마치 '심시티'를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큰 건물들이 어느 정도는 다 지어지고 굉장히 말끔한 도시로 완성돼있는 느낌이었다.
한시간 반을 달려 골프장에 도착했다.
대륙의 골프장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필자는 호기심으로 가득했었다.
골프장은 한국인들이 많이 방문해서인지 대부분의 안내 표지판에 한글이 함께 기재되어 있었고
엉터리 한글 문장으로 억지스럽게 만들어지긴 했지만 골프장 안내 책자 역시 비교적 훌륭하게 구비되어 있었다. ^^
플레이어 2인이 탑승하며 지정된 캐디를 클럽과 함께 뒤에 매달고 달리는 풍경이 낯설었고
한국의 도우미분들보다는 훨씬 덜 교육 받은 느낌(조금은 지저분하기도... ㅡㅡ;)의 캐디들도 신기했다.
(중국의 1가구1자녀 정책에 의해 호적에 등록되지 못한 사람(헤이하이쯔. 黑孩子)들... 어리고 가난한 친구들이
평균 월급 10만원 정도를 받으며 골프장에서 함께 숙식한다는데, 땀에 쩔어 꾀죄죄한 모습으로 일하는 게 안쓰러웠다.)
한국인이 정말로 많이 방문해서인지, "오른쪽" "왼쪽" "오르막" "내리막" "오비다" "빠졌어요." "좋아요~" 등
기본적인 단어들은 나름 자유(?)롭게 구사하고 있었다.
골프장은 나름 국내 중급 이상의 그린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필자가 방문한 골프장 그린은 죄다 마치 기름을 뿌려 놓은 듯 잔디들이 어이없는 자태로 죽어있는 곳이 많았다.
(누군가 귀뜸하기를 골프장에 악감정이 있는 근처 사람들이 밤에 몰래 와서 제초제를 뿌리고 도망간 흔적이라는데...
빌리브 오얼 낫, 역시 대륙 !)
2010년 현재. 중국에서는 아직은 골프는 상류층만의 특권이다.
우리나라의 십수년 전 모습과 비슷하게, 차량 트렁크에 골프채 좀 넣고 다닌다면 그 동네에서는 나름 갑부 소리를 듣는 수준에
중국 내 물가를 반영해 계산해보면 우리나라와 크게 차이나 보이지 않는 그린피와 회원권 등의 가격은
골프 인구가 본격적으로 증가하려면 앞으로도 얼마나 더 걸릴지... 계산이 안 나오는구만............ 이라는 생각을 잠시 하게 했었더랜다. -_-;;;
그날 저녁 심양 시내로 나와 심양의 모습을 다시 보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숙소 호텔 근처에서 바라본 심양은 이미 5년 전의 그 심양이 아니었다.
건물들은 서울 시내, 강남 중심가 저리가라 할 정도로 솟아 있었고
노랑머리의 외국인들도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보였다.
10 차선 이상의 규모를 자랑하는 드넓은 도로에는 삐까번쩍한 최고급 차량들이 넘쳐났고
(특히 필자가 침흘리며 탐내는 BMW M6 로드스터나, 7 시리즈 최신형, 벤츠 S 55 AMG 에
재규어 컨버터블까지 다니는 모습에 되려 기가 죽을 판이었다. -_-;;;;)
유명 패스트푸드점을 비롯하여 유럽 최고급 명품 브랜드와 한국의 다양한 유명 브랜드까지 모조리 다 보였고
주상복합으로 보이는 한국식 대형 아파트 단지, 새로이 지어 죽여주는 자태를 뽐내는 종합 운동장도 눈에 띄었다.
비록 시내 뒤편으론 아직 5년전 보았던 뒷골목이 남아 있기도 하고
속바지도 없이 자전거를 타고 씽씽 달리는, 부끄러움과는 거리가 먼 아가씨들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지만
5년 전에 보았던 그 심양은 이미 자태를 감춘 지 오래되어 보였다.
드넓은 중국, 단지 한 성도의 발전 모습일 뿐인데도
그 모습을 목격한 필자의 마음은 갑자기 흥분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시내 한복판 로터리, 공산당식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마오쩌둥의 근엄한 동상을 지날 때쯤엔
나도 모르게 오른팔이 저절로 올라가 "하이 히틀러!" 자세를 따라 하고 싶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중국 ...
대륙이라 불리우며 우리와 가장 가까우면서도 자존심 대결에서만큼은 팽팽한 승부가 펼쳐지고 있는 그 곳...
한류 문화가 깊이 침투하여 우리나라의 것을 정신없이 따라만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중국 특유의 만만디 정신과 대륙의 큰 가슴을 안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 이미 우리를 뛰어넘고 있었다.
중국이라는 나라에서의 골프 시장이 우리 나라만큼 일반인에게도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
과연 우리의 가벼운 예상대로 중국에서의 골프 시장은 우리나라 보다 10 년이나 느린 걸까 ?
필자의 대답과 확신은 "절대 그렇지 않다 !!!" 이다.
보다 더 빨리,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
대륙의 골프 산업은 반드시 우리가 선점해야 할, 엄청난 한류의 대표 문화 아이템 중 하나이니 말이다 !
문득, 5년 후 중국 심양을 다시 또 방문해 보고 싶어진다.
그때는 또 얼마나 발전된 모습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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